설사약으로 항암제 만든다고?…리포지셔닝 전략으로 신약 개발기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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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신약 재창출로 난치료 도전하는 바이오 벤처 셋

국내 바이오 벤처가 신약 재창출 방식으로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선다.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로 간암을 치료하고, 임플란트 소재로 피부의 미세 염증을 완화한다. 기존에 쓰이던 약의 용도를 바꾸는 리포지셔닝 전략이다. 여기에 복약 편의성까지 높이면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안전성이 확보된 기존 약을 활용하는 만큼 임상시험 기간도 3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새로운 발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 벤처를 소개한다. 

바이오파머는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의 원료인 ‘벤토나이트’에 주목한다. 벤토나이트는 기존 약과 섞었을 때 약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바이오파머는 이를 활용한 간암 치료제 개량신약(ABP-101) 개발을 진행중이다. 생체이용률을 개선하고 약물방출을 제어하는 독자적인 원천 기술인 MODS(Montmorillonite based Oral Delivery System) 플랫폼 기술이 핵심이다. 실제 간암 표적항암제인 소라페닙에 정제한 벤토나이트를 섞어 동물에 투약했더니 혈중 약물농도는 50배, 체내 흡수율은 26배 개선됐다. 그만큼 항암 치료효과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구본암 바이오파머 연구소장은 “동물시험 결과를 토대로 현재 전임상 준비를 위한 추가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파머는 간암치료제 외에도 염증성 대장염 치료제(ABP-102), 세균성 대장염 치료제(ABP-104), 당뇨병 치료제(ABP-106)등을 개발 중이다.

바이오파머는 지사제 원료인 벤토나이트로 약의 생체이용률을 높인 간암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스킨메드는 임플란트에 주로 쓰이던 바이오 세라믹으로 난치성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바이오 세라믹의 우수한 생체 적합성을 응용해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피부로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피부 투과 평가에서 기존 널리 사용되는 리포좀 제형 대비 투과효율이 4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통해 유효성이 입증된 원료의 피부투과 한계점을 극복, 미세 염증, 가려움증, 건선치료제 등 난치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플랫폼 기술로 활용한다. 스킨메드는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를 비롯해 건선치료제, 발모제 등의 피부에 적용하는 개량신약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항바이러스치료제를 면역항암제로 리포지셔닝하기도 한다. 투비바이오신약은 초파리에서 발견한 물질일 알로페론과 이를 변형한 알로스타틴으로 면역항암제로 개발한다. 알로스타틴은 세르게이 체르니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곤충연구소장이 알로페론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작해 2004년 개발한 물질로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100만 명 이상에게 처방됐다. 투비바이오신약은 알로스타틴 성분이 혈액 속에 신속하게 침투해 체내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면역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해 미국암연구협회(AACR)에서 항암병용치료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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